창 고/잡동 창고

소낙비 오는 날의 풍경

물텀벙 2010. 7. 7. 12:26

 

                                                                              

 소낙비 오는 날의 풍경

            

 

 

             소낙비 오는 날의 풍경 / 한병준

별안간

어둑한 표정속에서

소낙비가 내리고 있다

물먹은 신문 잉크 처럼 번질까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오고 있다

밟히지 않고 감싸는 물처럼

뭔 사연이 젖어드는지

젖는 치마 밑단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엔 지팡이로

무얼 꼬집듯 단단히 짚어보며 걷고 있다

 

그 옆에 중년 남자

신문 페이지 넘기듯

밟으면 펄쳐지는 물 위를

보면 속 터지는 정치 경제면을

휙휙 넘기듯이 뛰다가

가끔은 골라 보는지

이리저리 살피며 간다

 

가까이 접힌 우산 같은 젊은 남녀

연애 기사를 보듯 낄낄 거리며 뛴다

 

모두가 제각각이다

 

아주 잠시

사는 일이 우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