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타

매화꽃 어머니

물텀벙 2010. 5. 7. 21:53

 

                                                             

 매화꽃 어머니

            

 

매화꽃 어머니    / 김정희

 

어머니!

봄바람 부는 언덕

홀로 선 매화나무 가지마다

연분홍 매화꽃이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화꽃 한 송이씩 따서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 끝동에

달아 드릴 수 있다면

한 겨울 매화나무 대신

언 땅에 서 있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에

한땀 한땀 매화꽃을 달아 드리던 날

무심한 봄바람에 매화나무 가지가 마르고

검은 소낙비에 매화꽃도 지고 말았습니다.

 

매화꽃이

모두 떨어지던 밤 꿈이련가

병들어 야위신 어머니에게

매화꽃 분홍 치마저고리 입혀드렸더니

"곱다 곱다" 하시며

이승의 마지막 손을 흔드셨습니다.

 

매화나무에

푸른 매실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시라 했건만

매화꽃 핀 꽃길 따라

먼 길 가고 싶다 하셨습니다.

 

끝까지 붙잡지 못함이

불효인 줄 아오나

어머니 머리 위에 씌워 드린

매화꽃 화관이 시들기 전

어머니 뜻에 따르려는 순종의 눈물로

보내드렸습니다.

 

어머니!

해마다 봄이 되어

병풍산 자락에 매화꽃 피면

힘들어도 잠시 일어나 앉아

매화꽃 핀 언덕을 바라보세요.

 

매화꽃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져도

어머니 곁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겠지만

어머니 앞에 매화꽃 향기로 살고자 하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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